최근 비즈니스 동향은 단순히 기술, 기능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긍정적인 감정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을 디자인하는데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사용자는 어떤 경험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자신만의 취향과 이미지를 구축하여 커뮤니티가 구성하기도 한다. '팔리는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은 이러한 경험을 디자인을 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교과서같은 책이다.
경험의 세계
흥미롭게도 영어의 experience라는 단어는 라틴어 experiri(엑스페레리)에서 파생되었는데, 이 단어는 “노력해 보거나 시도해 보다”라는 뜻이다. 즉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경험이란, 참여자가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경험 요소에 대해 회고하고 해석하면서 나타나며, 개인적인 인지 결과와 추억을 가져다주는 자신만의 독특한 상호작용 현상이다.
현재 산업에서의 '경험'은 주로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이루어진 서비스를 일컬을 때 많이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에서 다루는 경험은 좀 더 포괄적인 경험으로 디즈니랜드에서의 유무형의 경험, 이케아의 퍼소나를 사용한 쇼룸 경험 등 '참가자'에게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들을 의미한다. BX(Brand experience), UX(User experience) 등 많은 범위와 정의가 존재하지만 경험의 기본적인 의미는 참여자가 서비스, 상품과 인터랙션을 하는 과정이다.
<<디자인 웨이>>에서 해롤드 넬슨과 에릭 스톨터먼이 사용한 정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은 디자인을 ”아직까지 없던 무엇인가를 상상하는 능력, 즉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디자이너의 목적을 더해서 경고한 형태로 보여주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창조해서, 목적성과 지향성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개입하여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경험'에 대한 정의가 확실해지고 나면, 여기서 '디자인'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에서 디자인은 '기존에 없던 것을 목적을 더해 형태로 보여주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UX/UI 아티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인 어포던스가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어포던스(유도)를 설계하는 것이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할 일이지만 결국 그것에 대한 감정을 느끼는 중요한 순간은 참여자가 좌지우지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팔리는 경험 = 만족과 몰입
아이들은 저자극 상태(지루해)와 고자극 상태(나는 너무 흥분돼)사이의 적정선을 찾기 위해 놀이를 활용한다. 어른들 역시 적정한 양의 자극을 찾기 위해 경험을 찾는다.
사람들은 항상 변혁적인 경험만을 원하지 않는다. 식료품을 사러 가는 사람은 인생을 바꿀 만한 경험을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는다. 평범한 경험, 마음에 남는 경험이 매끄럽게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참여자에게 평범하지 않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디자이너는 “와우” 소리가 나는 무엇인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 방식은 문제점이 하나 있다.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참여자를 위해서 더 새롭고 더 거대한 “와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와우” 소리가 나는 무언가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지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프레임워크는 다섯 가지의 경험 유형으로 이루어진다. 평범한 경험, 마음에 남는 경험, 기억에 남는 경험, 뜻깊은 경험, 변혁적인 경험 등이다. 각각의 유형으로 옮겨 가면서 특성이 늘어난다.
저자는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참여자의 일상적인 습관을 깨야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위처럼 그 경험이 매번 신기함, 놀라울 필요가 없다고 당부한다. 이는 프레임워크의 5가지 유형과 연결된다. 경험의 특징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너무 많은 경험을 설계하는 것은 참여자를 지치게 한다. 개인적으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 많은 기능을 어떻게 사용해야하지?', '내가 필요한 경험은 A인데 찾기 어려워'라는 생각을 주로 할 때가 종종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이 아닌 비리얼에 빠진 이유도 내가 필요한 경험은 '친구들과 일상을 나누는 것'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참가자로 하여금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고, 관여하게 만들고, 관계를 형성하고, 의미를 찾고, 역량을 개발하게 하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 그것이 경험 디자이너의 할 일이다.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오는 경험은 부정적인 감정을 재빠르게 해치운다.”
저자는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과 PERMA 모델을 통해 기억에 남을 만족스러운 경험 디자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PERMA 모델에서의 '업적'은 칭찬과 돈이 아닌 '성취를 추구하는 열망' 그 자체이다. 이러한 경험을 구성하기 위해서 퍼소나, 터치포인트 디자인 등의 도구들을 제시한다.
훌륭한 경험 = 스토리텔링, 그리고 모두가 경험을 파는 세상
가장 뛰어난 경험 디자이너는 공감대가 뛰어나다. 이들은 참여자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일종의 가이드로 삼아 전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에 활용한다. 또한 일의 진행이 빠른 편이다. 특정 단계에 몰두해서 집중하지 않고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을 재빨리 진행하는 것이다.
프로토타입의 목적은 잘 다듬어진 최종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참여자에게서 피드백을 받아 내는 것이다.
경험을 개선했다고 본인은 생각할지 몰라도, 그 경험이 “과거의 경험 같지 않다면” 단골손님은 실망한다.
예술적 요인은 예상하지 못한 가치를 경험에 추가로 더해주며, 그 경험이 차별화되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디자인하는 모든 경험에 모든 예술적 요인을 넣겠다고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그 경험을 가장 빛내 주는 예술적 요인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Chat GPT에 대한 단상을 티스토리에 남기며, 직업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뾰족한 해석 방식과 공감 능력'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정보와 기술 수준은 서로를 벤치마킹하며 어느 순간 엇비슷해지고, 그로 인해 같은 정보를 제공받아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개인의 판단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경험 경제에도 적용되어, 개인의 스토리텔링(개인 브랜딩)은 사용자가 경험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 훌륭한 경험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공해야 하며, 그 스토리는 경쟁사와 차별화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책에서 언급된 이케아만의 퍼소나 기반 쇼륨은 이에 대한 적절한 예시이다.
책 뒤편 추천사의 '사업가는 물론 정치인, 교사, 부모 등 타인이 관여하는 경험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문장 시작이 마음에 꽂혀서 읽게 되었다. 경험 디자인은 단순히 회사의 사업이 아닌 앞으로의 모든 관계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부캐, 작가 등)은 단순 유행이 아닌 새로운 사회를 접하는 우리의 태도를 제시하는 것은 아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2부, 3부의 내용도 좋지만 경험에 대한 정의와 이론을 소개하던 1부가 이 책의 백미이다. 수많은 방법론과 아웃풋을 만들어내지만 목표와 그 기반에 대해서 잊는 경우가 많다. 방법론은 긍정적인 경험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경험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디자인 도구들'이라는 책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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